중학교 2 ~ 3학년때였나
우리나라에 한창 옴니아가 나오고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이 나오던 시기
당시에 비주얼베이직으로 슬슬 프로그래밍에 물 올라있던 난 모바일 어플까지 개발해보려고 했다.
다행히 MS는 친절하게도 "비주얼 스튜디오에 그냥 이거 깔아 ㅎㅎ" 하고 툭 던져주는 식의 운용을 했었는데
정말 그거 하나 깔면 새 프로젝트에서 CE용 어플을 개발할 수 있었다.
아 물론 CE는 WM과 모양만 다르지 그냥 그놈이 그놈이었다.
다만 원본인 CE가 병신인만큼 WM은 똑같은 머저리새끼였음
90년대 나온 운영체제를 기반을 그대로 2010년대까지 현역으로 굴린 것은 재활용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일이었으나
정작 사용자들에겐 엄청난 버그와 자원 낭비 등의 부작용을 가져왔었고
설상가상으로 나온 애플 아이폰으로 인해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으며 윈모는 심비안과 손에 손잡고 같이 관 속으로 들어간다.
근데 얼마 전에 Windows Phone 브랜드를 다시 Windows Mobile로 바꾸면서 버렸던 기존 브랜드를 다시 쓰게 됨 ㅎㅎ
와! 그럼 제가 가진 iPAQ RX1950도 업그레이드 되는건가요? *^^*
하여간 그때 정말 사고싶었던게 성능도 좋고 디자인도 잘빠진 HP iPAQ 시리즈.
물론 당시 가격이 30만원 이상을 하던 제품들이라
이걸 사달라고 했다간 죽탱이를 후려맞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고
적절히 취미로 시작할 수 있는 위치인 가격이 5만원에 저렴한 녀석을 중고나라에서 구매하게된다.
그렇게 난 RX1950을 저렴하게 구해서
VB 게임들이 다 그렇듯 타이머와 그림들을 이용해 탱크게임도 만들어보고
한창 만들던 슈퍼파워 짭게임도 올려보고
레지스트리에서 쉘 날린 후 자작 쉘 집어넣어보기도 하는 등등 개발용도로도 잘 썼고
그 이후엔 메모리카드에 음악이나 동영상 넣어서 PMP로 매우매우매우 유용하게 잘 썼다.
와이파이도 있어서 와이파이 잡고 야동도 많이 다운받아 봤었는데
이와중에 리눅스 올드 커널들처럼 메모리 속도에 제한이 있지는 않았는지 다운로드 속도가 SD카드 대역폭을 충분히 뽑아주기도 했다.
다만 와이파이는 11b까지만 지원함.
하나 아쉬운건 다이렉트X 프로그래밍을 못해봤다는건데
생각해보니 궂이 그걸 성능도 제대로 안나오는 s3c2410에서 꾸깃꾸깃 배우느니 PC에서 하는게 낫겠다 싶긴 하다.
뭐 그렇게 훌륭한 멀티미디어 기기였던 이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 첫 폰이자 스마트폰인 모토로이를 사게 된 이후 서랍장에서 조용히 잠수타다가
어느날 중고나라에서 4만원에 팔리고 내 손을 떠나게 된다.
오페라 브라우저를 설치해 웹툰을 본다거나, GSPlayer를 설치해서 음악, TCPMP로 동영상, 무식이로 읽는 스캔본과 더불어
PPC판으로 나온 심시티 2000 등등 참 많은걸 했었는데 아쉽기
는 무슨 안드로이드 2.1의 신세계에 빠져있었다 아하하!
그렇게 이녀석을 잊고 살게된 어느날
2015년 9월달 나왔던 8박 9일의 휴가동안 그토록 가보고싶었던 황학동 시장 ~ 동묘 재래시장에서 문득 보이는 PDA를 골랐다.
이녀석은 RX1950은 아니고 H1900이라는 기종이다.
만원 주고 사왔는데 싸장님이 하는 말
"작동은 되고 약은 살아있는데 어댑터가 없엉 ㅎㅎ"
뭐 실제로 연결했는데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안되면 부품 해부나 하고 놀아야지 싶어서 샀다.
문제는 이 어댑터를 어디서 구하냐 싶었는데 용산이 떠올랐다.
아이파크몰은 신품이나 그나마 젊은 물건들을 팔고, 선인이나 나진에서나 좀 취급할 것 같아 아이파크몰은 패스
선인 13호 옆쪽, 휴대폰 매장 안쪽에 HP 대리점이 있길래 거기 혹시나 하고 찾아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굉장히 영세한 업체였다.
아 왜, 단일 면적에서 창고가 사무실보다 훨씬 큰 그런 곳 있지 않는가.
거기 들어가서 우선 케이블이 있나 물어봤다.
"저기, 혹시 PDA 어댑터 한번 구할 수 있을까요?" 라고 말하고 위에 PDA를 들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거기 앉아있던 남자직원이 나를 진짜 원시인 보는듯한 표정으로 봤다.
솔직히 주눅들어서 '내가 아무리 그래도 엄청 오래된걸 찾으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그러더니 직원이 "어... 네... 잠시만요 사장님께 여쭤봐야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니
뒤에 앉아있던 사장님이 일어서서 "네 무슨 일이시죠?" 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번 물어보니 그 사장님도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그렇게 서로 의중을 모르는 몇 초가 흐르더니 사장님이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어.. 네.. 마침 있네요.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네?"
"저희 PDA 판매하던거 어디서 듣고 오셨냐구요"
"아니요 따로 안듣고 왔는데요?"
...
사장님이 그제서야 깜짝 놀래서 상황을 설명해줬다.
"저희가 원래 20년동안 용산지역 PDA 총판이었어요." 라고 말씀을 하시던데 꼭 HP 물건만 판 건 아니고 다른 회사 물건들도 팔았다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이런 우연이 또 있나" 하고 엄청 웃으심 ㅎㅎ
그리고 PDA를 받아들고 "이걸 어떻게 다시 쓰려구요?" 라고 물어보길래
아무래도 고물상에서 만원 주고 샀다고 하기 좀 그래서 "아, 예전에 썼었는데 어댑터를 잃어버려서요... 하드리셋 한 걸로 기억하는데 어댑터가 없네요" 라고 말함.
뭐 그렇게 앉아있던 직원과 같이 창고에 들어가 거대한 상자를 꺼내오셨는데
어지간한 장롱만한 거대한 상자에 수많은 주인을 못찾은 PDA 완제품들이 들어있었다.
그 수많은 박스들을 보는데 매우 두근거려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카타와레토키때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를 보던 그 느낌일까
심장이 박살나는듯한 느낌에 미치는줄 알았다.
그 와중에 박스 속에서 어댑터를 찾아주는데
마침 그 박스가 내가 예전에 쓰던 RX1950 제품이었다.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바로 아는척을 했다. 너무 반가워서.
"저거 예전에 썼던거네요... 와이파이 잘썼었는데 ㅎㅎ" 이러면서.
그리고 어댑터를 맞춰서 끼우니 전원이 켜지고
정말로 아죠시가 말한대로 정상작동하는 제품, 그리고 예측했던대로 하드리셋이 되어있던 녀석이었다.
그리고 내거인마냥 "아 아직도 잘 되네요 오호호"
직원 曰 "네 그렇네요 하하"
어색한 대화를 한 번 하고 우선 사장님이 앉으래서 앉았다.
앉는 순간 직원이 커피를 타줬는데 그 엄청난 속도와 눈치는 100% 군필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건 언제 쓰게 된 거에요?"
"예전에 중학생때 사서 쓰다가 스마트폰때문에 안써버릇했었죠"
"ㅇㅎ"
"근데 오랜만에 찾아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다시 써보려구요"
"ㅇㅎ 근데 몇살?"
"20이여"
"kia!"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한 몇 분 지났나
어댑터 구하고 어느정도 돌아갈 정도는 충전이 되서
인사하고 계산하려는 찰나 사장님이 뭘 계산이냐고, 괜찮다고 그냥 보내심 ㅜㅜ
그리고 손에 봉투 하나를 쥐어주는데 그렇게 받은게 RX1950 미개봉 박스랑 공식 터치펜 악세사리.
(PDA 본체 삽입형)
다른것들도 더 주고는 싶은데 불량품도 엄청나게 섞여있어서 책임 소지가 있기때문에 잘 돌아가는 제품밖에 못드린다고 죄송하다고 하더라
"진짜 이런건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써야되요." 이러면서
나야 뭐 뜻밖의 행운인데 너무 고마워서 계속 감사하다고 말하고 나오고
역으로 가서 ITX 청춘 열차를 타고 집에 왔다.
솔직히 다른거였으면 그냥 팔아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원본 박스까지 간직하기도 힘든 일이고
그냥 준 사장님 마음이 감사해서라도 그냥 간직하고 있어야겠다.
사실 사장님 입장에선 악성 재고 처리해줄 사람이 있어서 고마운 일이고
나는 수집품 늘어서 좋고
나중에 전역하고 한번 찾아가보니 아쉽게도 모두 다 버렸다고 한다.
국전도 돌아보니 사장님들 모두 "허허 PDA요?" 하면서 버린지 오래라고 함 ㅠㅠ
근데 여기 불량이라고 써져있는데
뭐가 불량인지 모르겠다.
몇 분 돌려봤는데 와이파이 문제도 아니고, 메모리 문제나 부팅 문제도 아니고 불량 화소도 아니고.
X 불량인거 보니까 이거 불량 아니라는뜻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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