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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IT

디지털 구휼제도

by 핀펫 2020.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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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다시피, 인도는 떠오르는 IT 강대국이자, 반대로 경제문화적으로는 빈민과 신분 차별로 인해 발전 가능성이 모조리 잘려나가는 그런 곳이다.

당연히 빈부격차도 무슨 기초생활수급자 레벨이 아니라 정말 비참할 정도로 심각하고

이는 스마트한 현재 세상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끽해야 인도에선 많이 팔리는게 보급형 폰이고

잘 팔려야 구형 플래그십, 다운그레이드 파생형 등이 잘 팔리며

돈 없으면 뭐 중국산 피쳐폰 사야지 하는게 이쪽 레벨이었다.

저사양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 고같은게 정식 프로젝트로 나온 이유도

1. 32비트 미디어텍 칩셋도 존나 남고, 중국산 저용량 낸드랑 램도 중공 보조금 받아서 존나 싼 상황

2.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하기엔 위의 사양들로도 나쁘지 않다
(갤럭시S, 아이폰3GS 시절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그걸로 얼마나 야동을 만족스럽게 봤었음?)

3. 로컬 제조사들은 최적화 개발새발이잖아? 우리가 공식적으로 도와주자

4. 센트단위 마진도 마진은 마진이며, 잠재고객이다.

라는 여러 이유가 있어서 나온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건 내 뇌피셜이니 어디가서 그렇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안드로이드 자체가 무거운 것도 있고, 원래 있던 것에서 쳐낸다고 원최 무겁던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안드로이드가 매번 iOS에 비해 '부드럽지 않다' 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내부 구조의 차이니까.

자소서 쓰다보면 1000자 기준으로 써놨는데 300자로 써달라는 회사 있으면 암만 쳐내도 버겁지 않던가.

뭐 모듈화 잘 시켜놔서 문맥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저가형 시장을 제대로 타게팅 하고 나왔던게 예전 웹 기반의 Firefox OS였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하고(모질라 '재단' + 파트너들), 또 그 사공이 취미로 배를 모는 경우라면(오픈소스) 배 입장에선 좆된건 따놓은 당상이다.

최적화도 잘 되어있었고, 진짜 저사양에서도 잘 돌아갔는데 이게 정작 상업화 시키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긴 했나봄.

마케팅적으로 보자면 기존 브랜드명인 파이어폭스가 위협적이라고 생각된건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진짜로 좆됐고 파이어폭스 OS는 사라지나 했는데 이걸 또 용케 주워서 제대로 꾸미고 이쁘게 만든 후 사업화 시킨게 바로 Kai OS다.

저사양에서 잘 돌아가던게 뭐 기존 노키아의 심비안 기반 휴대폰들도 있었는데, 오비스토어가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노키아가 무슨 예전같은 추진력과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형 심비안 기기들은 뭐 그냥 알리익스프레스에서나 우와 신기하다 하고 볼 뿐이지, 현재 그닥 유의미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진 않다.


그렇게 Kai OS는 진짜 상용 제품들을 출시하는데 성공하고 점유율을 서서히 올려나가게 된다.

노키아 2720같은 플립폰도 있고, 정식 출시한 바나나폰도 있는 등

이게 은근 한 회사에서 집중적으로 책임지고 만들다보니 제조사들도 야 이거 돈쏟을만 한데 하고 만들어보는 것 아닌가 싶다.

대박이 난 경우가 이제 남미랑 위에서 말한 인도인데

인도의 경우 Jio라는 통신사가 가입자를 한번 제대로 유치해보자 해서 위의 사진과 같은 JioPhone 2라는 기기를 정식 발매했다.

그리고 이 JioPhone 2는 진짜 초대박이 나서 매번 생산해도 계속 동날정도로 팔려나갔다.

근데 이게 프로모션도 대단한게, 기기값 없이 월 요금만 내면 공짜인 상황이었고

가격도 저렴한데다가 구글 서비스들도 볼 수 있고, AI어시스턴트에, SNS, 멀티미디어도 돌아간다.

뭐 영상 돌리는건 삼성 300Mhz 싱글코어 PDA에서도 잘 되던거니까 그렇다 치자.


그렇게 원최 저렴한 기기와 통신사의 의지가 합쳐져서

정말 전화와 사진밖에 되지 않는, 영상은 나오는데 형체만 간신히 구별하던 기기를 가지고 다니던 사람들은
(인도인 교환학생 피셜)

저 기기를 통해 조금 더 현실세계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이게 경제 격차가 커서 믿기 힘든 사람들도 많긴 할텐데

당장 내 경우만 해도, 캐나다에서 만났던 나이지리아 친구와 연구원으로 현재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짐바브웨 연구원 모두

이 사람들 처음 봤을때 휴대폰이 안드로이드 롤리팝 돌아가는 듀얼코어 화웨이 폰이었다. 그것도 2018년 기준으로.

우리 입장에선 "와 10만원밖에 안하네", "Kai OS라는 플랫폼이 과연 가능성이 있을까?" 등등 호기심과 장난감으로 구매하는 것들이

메인 타겟층이 된 사람들에겐 정말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

그리고 이렇게 벌어진 일들이 제조사와 플랫폼 개발사, 통신사가 함께한

정말 진정한 디지털 구휼제도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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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퇴근하고 곯아떨어졌다가 일어난지 얼마 안됐는데, 갑자기 생각나던 글 내용이 있어서 오늘처럼 적게 됐다.
이 글 내용에서 나온 메인 타겟층 뭐시기 내용은 뭐 이거 읽고 불편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위에 나온 지오폰2 장난감으로 살라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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